나는 잘생겼다. 고 우리 엄마가 말씀하셨다.
우리 누나도 내가 잘생겼다. 고 말했다.
내가 잘 생겼다고 말해주는 지구상 단 두 명의 여자들이다.
자신감이 생겨 거울을 보았다.
눈이 좀 작은 편이긴하다. 아… 남자가 쌍꺼풀 있으면 좀 느끼하지 않나?
얼굴이 좀 긴 편이라 별명이 고구마, 오이 인적도 있지만 머리가 작은 거지 긴 게 아닌데.
근데 뭔가 하나가 부족하다.
아하…치아가 문제였네!
위쪽 치아라인은 잘 빠진 포르셰처럼 공격적으로 돌출되어 방금이라도 튀어나갈 것 같다.
아래쪽 치아라인은 7명이 앉아야 할 지하철 자리에 8명이 앉아있는 것처럼 비좁게 보이게 뻐드러졌다. 심각했다.
그게 7년전이다.
나는 잘생긴 외모에 더욱더 완벽한 방점을 찍기 위해.
단 하나의 옥에 티를 없애기 위해.
교정치료를 결심했다.
그리고 7년이 지난 후 교정치료 후기를 얘기하겠다.
처음 상담했을 때 치과의사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.
”윗니 쪽은 안 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. 음, 아래쪽 라인은 제일 뻐드러져 있는 것을 발치하고 교정장치를 끼워서 교정하는 게 어떨까요?”
“아… 저는 위쪽 라인도 집어넣어서 좀 잘 생겨지고 싶습니다. 선생님”
“음… 지금도 충분히 나쁘지 않으시고요. 윗니 쪽은 안 하셔도 괜찮아요.”
치과의사 선생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니 아래쪽만 진행하기로 했다.
그리고 곧바로 후회했다.
그렇게 아플 줄 몰랐기 때문이다.
발치는 생각보다 아프지 않았다. 마취하고 뽑는 게 뭐가 아프겠는가?
오히려 뻐드러져 흔들리기까지 하던 치아를 뽑아내어 시원하기까지 했다.(실제로 시원했다. 빈 공간에 바람이 슝슝 들이닥쳤으니 말이다.)
문제는 치아를 교정하는 교정장치를 거는 순간부터다.
갑자기 나타난 건장한 근육맨이 두꺼운 손가락으로 내 치아들을 부여잡고 옆으로 당기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.
잠깐이면 어떻게든 참을 텐데 그게 익숙해질 때까지 일주일은 걸렸다.
그동안은 뭔가를 씹기가 정말 힘들었다.
뭔가 씹을 때마다 내 치아를 당기고 있던 근육맨이 갑자기 거친 주먹으로 내 턱을 강타하는 느낌이 들었다.
나는 근처 죽을 파는 식당의 단골이 되고 말았다.
정말 그 죽 같은 것 밖에 먹을 것이 없었다.
그 마저도 수저가 치아에 닿는 순간 턱을 시작으로 몸을 관통하는 묵직한 충격을 느껴야 했다.
그게 일주일 정도 지나면 그나마 익숙해진다.
문제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치과에 방문해 교정장치를 조여야 한다는 것이다.
조인다.라는 말 그대로 치아에 걸린 장치를 다시 타이트하게 당긴다는 말이다.
한 달 동안 적응할 것 같으면 다시 근육맨이 나타나 치아를 조져준… 아니 조여준다는 것이다.
말 그대로 끼릭 끼릭 하면서 나사를 조이듯이 치아를 조인다는 말이다!
그 짓이 적응되려면 대략 6개월 정도는 지나야 조금 여유로운 마음으로 치과에 다닐 수 있다.
거울을 보면 확실히 뻐드러진 치아들이 정렬되어 가고 있는 걸 느끼게 된다.
근육맨의 지긋지긋한 손길은 이제 잊혔다.
‘어? 잘하면 잘생겨지겠는데? 배우 한 번 노려볼까?”
타-앙, 손권총을 쏘며 씨-익 웃어본다.
거울 속에서는 번쩍이는 교정장치를 낀 찐따 남자가 부담스럽게 웃고 있다.
그리고 1년 정도 지났을까 드디어 앞쪽에 낀 거추장스러운 교정장치를 제거하게 된다.
1년 동안 그 교정장치에 낀 시금치니 양배추니 이런저런 채소들만 모아놓아도 비빔밥 한 그릇 만들어 먹을 만큼의 양은 나올 것이다.
(식사 중이라면 미안하다.)
교정장치를 빼면 이제 끝일 줄 알았다. 어떤 사람은 2년, 3년도 끼고 다닌다는데 나는 생각보다 빨리 교정장치를 뺀다고 생각했다.
안쪽에 긴 철사를 끼우게 될 때까지는 말이다.
일단 이 철사는 앞쪽에 장착하는 교정장치와는 다르다.
말 그대로 살짝 두꺼운 정도의 철사이다.
철사 교정장치는 빼버린 치아자리를 중심으로 5개의 치아에 걸쳐 안쪽으로 고정되어 있다.
나는 이 철사 교정장치가 일 년 정도만 하고 다니는 보조적인 장치라고 생각했다.
다른 교정치료 경험자들 얘기를 들어봐도 안쪽에 거는 장치는 들어보지 못했으니까.
이 안쪽에 끼우는 철사 교정장치는 미용관점에서 보면 나쁘지 않다.
일단 외부에서는 보이지 않으니까.
그렇다 해도 안쪽에 걸려 있기 때문에 내 혀끝과 항상 닿아있다.
이게 굉장히 이질적으로 불편하다.
뭔가 집중할 때나 습관적으로 혀로 장치를 밀거나 쓰다듬(?) 게 된다.
하루종일 걸리적거린다는 말이다. 상상이 가는가?
내 혀끝이 언제나, 24시간 치아에 붙은 철사와 닿아있다고 생각해 보라.
더 충격적인 것은 다음에 나온다.
일 년 정도 치과에 꾸준히 다닌 후 조심스럽게 치과의사에게 물었다.
“이 안쪽 철사는 언제 떼어내나요?”
치과의사 선생님의 말씀은 충격.
“안 떼어내요.”
“계속 끼고 있어야 한다고요?”
“네에?”
내 귀를 의심했다.
이 장치를 계속 내 아랫니에 붙이고 살아야 한다고? 죽을 때까지?
그렇다. 왜 이 교정장치를 계속 끼우고 있어야 하는지는 보면 안다.
교정장치를 빼는 순간부터 내 아랫니들은 무너져 내릴게 뻔하기 때문이다.
나는 나이가 꽤 먹은 상태에서 교정을 했다. 그래서 잇몸이 조금 내려간 편이다.
무너져 내리려는 치아들을 붙잡아 주는 역할을 교정장치가 해야 한다.
그렇게 납득하게 된 뒤로 교정장치와 공존할 수밖에 없는 몸이 되어버렸다.
지금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내 혀는 치아 안쪽에 걸린 철사장치와 닿아있다.
스트레스가 쌓이거나 집중할 때면 내 혀는 장치와 치아사이 부분을 파고들어 후비는 버릇까지 생겼다.
뻐드러져 있을 때는 치아사이에 음식물도 잘 끼고 해서 색깔도 좋지 않고 흔들리기까지 해서 불편했다.
그렇다고 철사교정장치를 끼고 있는 지금이 그때보다 더 좋다고 말하기는 쉽지 않다.
물론 아랫니가 가지런 해졌기 때문에 스케일링받기도 좋다.
교정치료를 받은 뒤로 치아 건강에도 신경 써서 예전보다 치아 건강도 좋아졌다.
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철사 교정장치를 평생 끼우고 살아야 한다는 건 조금 심하다.
시간은 되돌릴 수 없지만 다시 한번 내가 7년 전 치과에 방문한다면 나는.
어떤 선택을 할까?
그래도 치아교정을 하는 게 나을까?
아니면…